[송호근의 세사필담] 주권의 역설 | 중앙일보
나는 전쟁 없는 삶을 살았다. 전쟁 위협이 늘 따라붙긴 했어도 전화(戰禍)에 인생이 망가지는 일은 없었다. 전쟁 세대는 인생의 소중한 조각을 잃어버린 채 살아왔다. 부모 세대의 전쟁 얘기에 귀막았던 후손들은 나이가 좀 들면 알아차린다. 긴장 속이나마 누렸던 평화가 요행이자 하늘이 내린 임시 축복이란 사실을. 2015년 세계에 전운이 감돌 때 벨라루스의 작가 알렉시예비치에게 노벨문학상을 수여했다. 전쟁은 야만의 칼춤, 승패와 상관없이 공동체적 삶과 인생사를 망가뜨리는 폭력임을 상기시키려 했던 거다.